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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전월세상한제 등 법안 처리 속도전…통합당 "이게 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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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 전월세상한제 등 법안 처리 속도전…통합당 "이게 독재다"

밀어붙이는 민주당 "속도가 중요 " vs. 답없는 통합당 "독재" 반발만

여야가 부동산 대책 입법 문제를 둘러싸고 가파른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7월 14일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를 이룬 지 보름 만에,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력화하고 부동산 관련 법률안 13건을 대거 강행 처리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의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민주당의 이날 강행 처리는 전날 기획재정·국토교통·행정안전위원회에서 부동산 관련 법률안 11건이 통과된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통합당 법사위원들이 모두 항의 끝에 퇴장한 이후인 이날 낮 12시 30분께 법안 토론 종결을 선포하고, "통합당 의원들이 참석을 안 한 상태에서 의결하게 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토론 기회를 충분히 드리겠다고 했음에도 (통합당은) 토론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권리 위에 잠자는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지 않는다"며 의결을 강행했다.

윤 위원장은 "오늘 의결할 주택임대차법은 역사적 결정을 하는 법이다. 서민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고, 코로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잠시도 지체할 수 없는 법"이라고 법안 처리 시급성과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법안 의결에서는 민주당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두 법안이 만장일치 가결됐다.

미래통합당 위원들은 법사위 회의 시작 때부터 절차상 문제, 법안 내용상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의결을 막으려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당이 다 해먹으세요", "이게 독재다" 등 날선 발언들이 쏟아졌지만 의사진행을 막지는 못했다.

법사위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회의가 개의되기도 전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상 '대안 반영 폐기'로 표시돼 있었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윤 위원장을 대신해 나온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이 "시스템상 착오", "불찰"이라고 해명했지만 통합당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의를 계속했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기립 표결을 진행, 재적 18인 중 12인 찬성으로 해당 대안 상정을 가결시켰다.

김도읍 의원과 통합당 의원들은 또 야당이 법안심사소위 구성에 즉각 합의할 테니 소위 심사를 우선 진행하자고 주장했지만, 윤 위원장과 민주당 백혜련 간사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간사들이 소위 구성을 협의해 달라"고만 하고 회의를 계속 진행했고, 백 간사는 "주택임대차법은 20대 국회에서도 여러 번 논의했고 그 전 국회에서도 계속 개정 논의가 있었다. 더 이상 미룰수 없다"며 "지금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 국회가 결단을 내리고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때"라고 조속 처리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전날 기재위에서는 이른바 '부동산세 3법'으로 불리는 종합부동산세법·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국토위에서는 '임대차 3법'관련 법안 6건(부동산거래신고법·공공주택특별법·민간임대주택특별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주택법·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법)이, 행안위에서는 부동산 취득세율을 높이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지방세특례제한법이 통과됐다. 행안위에서는 부동산 대책 입법과는 별개로 정부조직법·재난안전관리기본법도 처리됐다.

이날 법사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날 3개 상임위에서도 역시 의결은 통합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 반대 의견을 밝히고 항의하다가 모두 퇴장한 가운데 진행됐다. 통합당은 이에 대해 '야당 무시'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소위원회 법안 심사를 일괄적으로 생략한 데 대해서도 통합당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국회법상 소위는 '둘 수 있다'고 돼 있지, '둬야 한다'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가운데)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도전 밀어붙이는 여당…"부동산 폭등, 새누리당 때문"

민주당은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속도전'의 중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부동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입법이 중요하다"며 "임대차3법 등 관련 법안은 이미 20대 국회 때부터 논의돼 왔다. 추가 논의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온전히 책임진 지금이야말로 부동산 입법과 제도개혁의 적기"라고 강조하며 "7월 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해 일하는 국회의 진면목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7월 국회에서 주택시장 개혁을 완성하겠다"면서 보조를 맞췄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은 부동산 시장 과열의 심각성은 인식하면서도 시간끌기와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전략이지만, 입법 지연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투기 근절,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야당의 무책임·비협조를 넘어 책임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심리가 좌우하는 부동산의 특성상, 지금 과열의 불길을 잡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다"며 "7월 국회에서 부동산(입법)을 완료하지 않으면 11월은 돼야 입법이 처리된다. 그때는 너무 늦어서 부동산 거품이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을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12.16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이 통과되지 못한 후유증"으로 규정하며 "과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한 이른바 '부동산 3법'이 아파트·주택시장 폭등의 원인"이라고도 했다.

통합당, 반발은 하지만 '뾰족수' 없어 고심…"원내외 투쟁 병행"

통합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여당의 입법 강행처리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날 기재·행안·국토위 등 3개 상임위에서의 일방 처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통합당이 의총을 열고 있던 와중에, 법사위가 추가로 뚫린 상황은 통합당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어제 상황이나 지금 법사위를 보면 국회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탄식하고 "막무가내 독재에 말문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안하무인", "국민 무시", "일당독재 국가" 등 여당을 겨냥해 날선 비판도 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저희가 2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했지만 향후 이 상황을 어떻게 할지…. 일단 (여당이) 법안 통과를 시도하는 상임위는 숫자적으로 저희가 역부족이고 (여당은) 막무가내로 하겠지만 조목조목 법안의 문제점과 절차 미비점을 따질 것이고, 당장 통과시킬 법안이 없는 상임위에서는 의사진행 발언으로 '이런 식의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새로 내놓은 대책이라기보다는, 현재 통합당 의원들이 이미 상임위에서 하고 있는 것들이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할 것이라면서, 이후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내일 오전 9시에 다시 의총을 열어 한 번 더 검토하기로 했다.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의 방법은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통합당 의총에서는 강경론이 분출됐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원내외 병행 투쟁을 제안했다"고 밝혔고, 홍문표 의원은 의총 공개발언에서 "(강경 투쟁은) 국민 의견과 맞지 않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참고 기다려 왔는데 그 의미가 뭐냐"며 "여기서 울분만 토해선 안 된다. 더 이상 수모를 당하지 말고, 우리가 할 일을 찾아 국민만 바라보고 가자"고 했다.

조해진 의원도 "민주주의, 헌정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할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법안·예산 심사를 안 하면 할 일이 없다. 배지 달고 앉아 있다고 의원이 아니다. 밥벌레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 의원은 "앞으로 이렇게 4년을 살아야 된다면 4년 임기에 집착할 이유가 뭐 있나"라며 "이대로 가면 국회 문을 닫아야 한다. 이것은 국회 존립, 야당 존립 문제이고 의원 개개인의 존재 이유 문제"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한편 의총에서 '왜 해당 법안들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현실을 보면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안건조정위에 회부한다 치더라도 (민주당) 3대 (통합당) 2대 (다른 야당) 1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법안 통과에 정당성을 줄 수 있다고 판단돼 안건조정위에 회부하지 않고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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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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